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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짜리 책장/네모의 꿈

예민한 나는 꽃을 좋아해

by 유히후 2021. 10. 17.

한 해가 지날수록 나의 예민지수가 낮아진다.
긍정적인 나의 변화가 좋다.
사실, 나이가 먹는건 매해 두려움으로 다가오긴 한다.
숫자가 변하는 만큼 행동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행동이 변하는 것에 긍정적인 변화도 있기에.
전이였으면 “기 빨려”를 입에 달고 살았을텐데 이제는 겅험의 축척때문인지, 내가 해를 입지 않는다는 걸 알기때문인지 그런 단어가 많이 줄었다.

그래서 눈 딱 감고 내가 싫어하는 상황들을 이겨내간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가는 내 책장들이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길 바란다. 찢어지고 훼손된 책들이 있어도 내용들은 훼손되질 않길 바란다.

평행선을 달리는 시간 속에 서 있는 내가 올곧게 두 발 버티고 설 수 있게. 사실 내 두 다리 힘으로 서 있을 수 있게 된지 얼마 안되었지만 나를 위해 어깨동무를 해주는 친구, 넘어질까 사려깊게 지켜봐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어제,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각자 좋아하는 음식도 먹었다. 날이 꽤 쌀쌀해져 가져 온 담요도 두르고 두 발만 꼼지락 움직이다보니 새벽이 되었다.

새벽녘 어섬푸레한 빛을 받아서일까. 서로 얼굴이 잘 안보이는 회색 불빛 안에서 잠 들지 못하고 수다만 몇 시간이고 떨었다.

“나는 내 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더 친한게 질투 나”
“다들 그러지 않을까?”
“나는 좀 심한 거 같아”
“왜?”
“그 사람한테도 내가 1번이면 좋겠다는 욕심이 커 ”
“너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나봐”

한 사람에게 마음을 쏟는만큼 기대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퍼주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엄마같은 성격은 예외지만!

나는 내가 하는만큼 나에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그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는 건 그 사람이 너무나 좋다는 건데, 그 사람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어린아이같은 그런 마음.



사람의 인연은 신기하지. 내가 전혀 친해지지 않을 것 같던 사람과 하하호호 웃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결혼식에서 부케를 받는 사람은 나라며 호언장담했던 사람과 소원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떠날 인연은 떠난다고 옆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상기시키며 산다. 요즘들어선 최선을 다하는게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다 해주는게 최선일까,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게 최선일까, 그 사람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는게 최선일까.



그래서 어쨌든 어느새 늦가을. 계절의 변화는 언제나 내 심경을 건드리기에 예민한 나는 이제야 가을을 완연히 받아들인다. 걸치는 옷 가짓수가 많아지고 두꺼워질수록 또 계절이 변화하는 걸 깨닫는다. 겨울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는데 나는 이제 여름을 벗어났다.

내 마음도 계절따라 서서히, 아주 서서히 변하기를. 그리고 잠시동안 그 계절을 누리고 새롭게 변화하기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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