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 후기

이 책의 저자 개리 마티스는 개천재다. 93년생으로 23살에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30살에 교수가 되었다. 이 책이 한국에 2008년에 출간되었으니 내가 중2병을 겪고 있을 때쯤 개리 마티스는 인간 진화와 관련된 책을 쓴 것이다. 진짜 개천재가 아닐 수 없다.
책은 기억, 신념, 선택과 결정, 언어, 행복을 각 파트별로 나누어 클루지를 보여준다. 클루지. 책을 읽으면 클루지의 뜻이 감이 오는데 정의하기가 힘들었다. 클루지란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은 방해하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고 적고 싶다.
우리의 뇌는 인류 최초의 뇌에서 변화가 별로 없었다라는 사실을 어떤 강연에서 보았다. 그러니까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도 그 인류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던 생존에 집중하는 뇌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진화해온 우리들은 때론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선택을 방해받는다.

1. 기억
인간은 진화한다. 그런데 우리 신체에는 결함이 있다. 우리의 기억은 굉장히 허술하다. 내가 방금 머리를 감았나?, 오늘 아침에 화장실 불을 끄고 왔던가?, 어제 쓴 립밤을 어디에 뒀더라, 저 사람을 어디서 봤지, 병원 예약이 언제더라. 이런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상당히 많은 부분을 기억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지만 기억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억은 우리 자신이다”라고 말했던 스티븐 핑커의 말을 인용한다.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했던 조상들과 다른 환경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화 과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 신념
이 파트에서 사람들이 왜 사이비 종교 같은 것에 빠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주체로 살면서 모든 것을 나와 관련지어 생각한다는 것. 그래서 오는 선택과 합리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3. 선택과 결정
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까. B와 D사이의 C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인간은 선택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항상 올바른 선택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배 고플 때 그 잠시를 못 참고 마구 먹는 것처럼.
우리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클루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언제 나타나 나를 방해할지 모르니까.
4. 언어
언어는 불완전하다. 한국어보단 영어에 훨씬 더 많은 오류가 있다. 불규칙 동사 외우느라 머리가 빠질 것 같던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가 표현하는 단어에도 한계가 있다. 가끔은 말도 꼬이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 못 하는 일들도 생긴다.
예전 대학교 수업에서 한 철학과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여러분은 언어가 생기면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생각이 있어서 언어가 생겨났다고 생각하시나요. 막 태어난 아기들은 생각을 할까요?”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저 질문을 듣고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다. 의견을 정해 발표하라기에 생각이 먼저인 것 같다는 주장으로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관련된 내 생각을 막 이야기하고 언어가 있음으로써 생각에 한계가 생긴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언어 파트는 영어권에 살았다면 좀 더 이해가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언어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비교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5. 행복(쾌락)
인간은 왜 행복에 관심을 가질까.
우리는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가끔 내가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뤄둔 채 영화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인간들만 그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재밌는 영화를 보는 행위는 나에게 행복을 준다. 근데 이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영화가 아무리 재밌었고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해도 그 행복이 한 달 내내 지속되진 않는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도록 진화해왔다.

불쑥불쑥 이상한 판단이 들 때 이건 클루지야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있는 클루지를 떠올리고
나의 선택과 내면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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